이탈리아 가정의 커피는 사실상 둘 중 하나에서 나옵니다. 전국을 평정한 비얄레띠 모카포트, 그리고 나폴리가 끝내 놓지 않은 카페티에라 나폴레타나 — 현지에서 '쿠쿠멜라(cuccumella)'라 불리는 뒤집는 커피포트죠. 오늘날 나폴레타나의 대명사가 된 브랜드가 토리노의 ILSA(일사)입니다. 같은 가스레인지 위에서, 같은 원두로, 정반대의 물리학을 쓰는 두 포트.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둘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쿠쿠멜라, 나폴리의 뒤집는 커피포트
나폴레타나의 출생지는 의외로 나폴리가 아닙니다. 1819년 파리의 양철공 장-루이 모리즈(Jean-Louis Morize)가 발명한 '뒤집는 포트'가 원형으로, 증기압이 아니라 중력으로 물을 커피층에 통과시키는 드립 방식의 스토브탑 추출기였습니다. 이 물건이 나폴리에서 폭발적으로 사랑받으며 항아리(cuccuma)를 닮았다 하여 '쿠쿠멜라'라는 애칭을 얻었고, 나폴리에서 개량을 거쳐 한때 이탈리아 전역의 표준 추출법으로 퍼졌습니다. 초기에는 구리로 만들다가 알루미늄, 이후 스테인리스로 재질이 바뀌어 왔죠.

ILSA — 전후 토리노에서 태어난 나폴레타나의 계승자
ILSA는 1946년 토리노에서 창업한 알루미늄 압연·프레스 회사(Industria Laminazione Stampaggio Alluminio)의 약자입니다. 창업자 알프레도 로쏘(Alfredo Rosso)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보며 전쟁 동안 이탈리아 부엌에서 사라졌던 물건들 — 냄비, 팬, 그리고 커피포트 — 를 만들기로 했고, ILSA 브랜드의 첫 제품이 바로 순도 99% 알루미늄 나폴레타나였습니다. 대용품 커피로 버티던 전쟁기를 지나 다시 진짜 커피를 마시게 된 이탈리아 식탁에서, 이 포트는 '되찾은 풍요'의 상징이 됐다고 회사는 기록합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이 살림살이가 실은 까다로운 물건이라, 본체 하나에만 주조와 가공을 합쳐 60여 공정이 들어갑니다. 나폴레타나는 지금도 토리노 콜레뇨(Collegno) 공장에서 생산되며, 알루미늄 클래식·다이아몬드 커팅(스파체타타) 버전과 18/10 스테인리스 버전, 최근에는 인덕션 대응 모델까지 라인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12잔(컵 수 표기 기준) 사이즈가 존재합니다.
모카포트 — 1933년, 표준을 갈아치운 발명
반대편의 주인공은 1933년 피에몬테 크루지날로에서 알폰소 비얄레띠가 만든 모카 익스프레스. 초기 세탁기 '리시뵈즈'에서 끓는 물이 관을 타고 올라가 세제를 퍼뜨리는 모습을 보고 착안했다는 유명한 일화처럼, 증기압으로 물을 밀어 올려 커피층을 통과시키는 가압 추출기입니다. 전후 아들 레나토 비얄레띠가 산업 생산과 수출을 밀어붙이면서 이탈리아 가정의 약 90%에 모카포트가 놓이게 됐고, 누적 생산량은 3억 대 규모로 추산됩니다. 더 빠르고, 뒤집을 필요도 없는 모카포트는 나폴레타나를 빠르게 밀어냈습니다.

정반대의 물리학 — 증기압 vs 중력
두 포트의 차이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모카는 압력으로 밀어 올리고, 나폴레타나는 중력으로 떨어뜨립니다. 모카는 하부 보일러의 증기압이 뜨거운 물을 커피 바스켓 위로 밀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물 온도가 100℃를 넘길 수 있습니다. 나폴레타나는 물이 끓어 주둥이 옆 작은 구멍에서 증기가 나오면 불을 끄고 포트를 통째로 뒤집습니다. 그러면 100℃ 안팎의 물이 압력 없이 천천히 커피층을 적시며 아래 서버로 떨어지죠. 추출에 걸리는 시간은 뒤집은 뒤 굵기에 따라 2분에서 길게는 5~10분.
| ILSA 나폴리타나 (쿠쿠멜라) | 모카포트 (비얄레띠) | |
|---|---|---|
| 추출 원리 | 중력 퍼콜레이션 (무가압 드립) | 증기압 가압 추출 |
| 물 온도 | 약 100℃ 유지 | 100℃ 초과 가능 |
| 분쇄도 | 모카보다 굵게 (약 500~700µm) | 가늘게 (에스프레소보다 약간 굵음) |
| 소요 시간 | 길다 — 뒤집고 기다리는 시간 필요 | 짧다 — 올려두면 끝 |
| 가스켓(고무 패킹) | 없음 → 유지보수 거의 불필요 | 있음 → 주기적 교체 필요 |
| 난이도 | 뒤집는 타이밍이 관건 (증기 확인 후) | 매우 쉬움 |
| 인덕션 | 기본형 불가 (ILSA 인덕션 전용 모델 별도) | 알루미늄 불가, 스테인리스/전용 모델 가능 |
분쇄도가 다르다는 점은 의외로 자주 놓치는 포인트입니다. 나폴레타나의 필터 구멍은 모카보다 커서 모카용보다 한 단계 굵은 분쇄가 필수이고, 모카용 가는 분쇄를 그대로 쓰면 잔 바닥에 가루가 가라앉습니다. ILSA 공식 가이드도 물은 본체의 증기 구멍 아래 약 5mm까지만 채우고, 구멍에서 증기가 나오기 전에는 절대 뒤집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이탈리아 현지 평가 — "5분 더 걸리지만, 맛은 한수 위"
그래서 맛은 어느 쪽이 나을까요. 이탈리아 미디어와 리뷰들의 평가는 흥미로울 만큼 한쪽으로 기웁니다.
맛의 성격에 대해서는 유럽 커피용품점 Crema의 설명이 간결합니다. 쿠쿠멜라 커피는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하고 묵직하지만, 향은 덜 강렬한 대신 더 복합적이라는 것. 압력 없이 천천히 우러난 커피 특유의 결입니다. 종합하면 현지의 컨센서스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 편의성은 모카의 압승, 그러나 부드러움과 단맛, 쓴맛의 적음에서는 나폴레타나의 손을 들어주는 목소리가 뚜렷하다.
피 모놀로그 — 나폴리가 쿠쿠멜라를 못 버리는 이유
나폴레타나가 단순한 추출 도구를 넘어 문화재급 상징이 된 데에는 한 장면의 공이 큽니다. 나폴리의 극작가 에두아르도 데 필리포의 1945년 희극 Questi fantasmi!(이 유령들!) 2막, 주인공 파스콸레 로야코노가 발코니에 앉아 쿠쿠멜라로 커피를 내리며 맞은편 '교수님'에게 커피론을 펼치는 이른바 '커피 모놀로그'입니다.
파스콸레는 주둥이에 종이를 고깔처럼 말아 씌우는 '쿠페티엘로(cuppetiello)'로 향이 달아나는 것을 막는 자신만의 비법을 자랑하고, 커피를 내리는 이 모든 수고를 삶의 작은 시(詩)에 비유합니다. 직접 갈고, 기다리고, 뒤집는 그 느린 의식 자체가 마음의 평온을 준다는 거죠. 젊은 세대는 이런 습관을 잃어버렸다는 한탄까지 — 모카와 에스프레소 머신의 시대에 나폴레타나가 상징하는 바를 80년 전에 이미 요약한 장면입니다. 나폴리 사람들에게 쿠쿠멜라가 여전히 '나폴리 커피의 여왕'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모카는 왜 이겼나
맛 평가에서 밀리지 않는 나폴레타나가 1930년대 이후 모카에 자리를 내준 이유는 명확합니다. 속도와 안전, 그리고 마케팅. 끓는 포트를 맨손으로 뒤집어야 하는 나폴레타나는 번거롭고 데일 위험도 있었던 반면, 모카는 불에 올려두기만 하면 됐습니다. 여기에 전후 레나토 비얄레띠의 공격적인 산업화와 '콧수염 아저씨' 광고가 더해지며 모카는 이탈리아의 사실상 국민 표준이 됐죠. 흥미로운 건 그 비얄레띠조차 지금도 나폴레타나 모델을 별도로 생산합니다.
어느 쪽을 들일까 — 실전 가이드
☕ ILSA 나폴리타나가 맞는 사람
모카의 쓴맛·탄맛이 부담스러운 사람, 부드럽고 단맛이 도드라지는 진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 추출 과정 자체를 의식(儀式)으로 즐기는 사람. 가스켓 교체가 없어 관리도 단순합니다. 단, 모카보다 굵은 분쇄(약 500~700µm)를 맞출 그라인더는 필수.
⚡ 모카포트가 맞는 사람
아침에 1분이 아까운 사람, 진하고 펀치 있는 에스프레소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 우유와 섞어 마시는 비중이 큰 사람. 사이즈·재질 선택지와 액세서리 생태계도 압도적으로 넓습니다.
벤블의 결론
이탈리아 현지 평가를 한 줄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매일의 커피는 모카, 일요일 오전의 커피는 나폴레타나."
효율의 시대가 모카를 표준으로 만들었지만, 맛의 결만 놓고 보면 무가압·100℃의 나폴레타나가 더 부드럽고 덜 쓴 커피를 내린다는 데 현지 의견이 모입니다.
이미 모카포트가 있다면, ILSA 나폴리타나는 '두 번째 포트'로서 가장 이탈리아적인 선택입니다. 같은 원두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경험 —
그리고 뒤집기 전 증기를 기다리는 그 몇 분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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