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실내에서 버튼은 점점 줄어든다. 공조 장치도, 주행 모드도, 때로는 자주 쓰는 기능까지 거대한 화면 속 메뉴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러 달리는 신차가 있다. 영국 화학기업 이네오스가 “제대로 된 4X4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해 만든 차, 이네오스 그레나디어(INEOS Grenadier)다.

Why Analog왜 ‘아날로그 자동차’처럼 보일까
그레나디어를 두고 ‘아날로그 자동차’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복고풍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핵심 조작을 화면 속 아이콘이 아니라 손에 걸리는 스위치와 레버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장갑을 낀 채로 누를 수 있는 토글 스위치, 직접 체결하는 디퍼렌셜록, 사다리꼴 프레임과 빔 액슬이 만드는 단단한 감각. 그레나디어는 편리함보다 확실히 조작되는 느낌을 우선한 차다.
요즘 SUV가 매끈한 곡선과 큰 디스플레이로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면, 그레나디어는 각진 철판과 노출된 볼트로 목적을 말한다. 어느 쪽이 더 옳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릴 때, 정반대로 핸들을 꺾은 차가 주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
그레나디어의 매력은 낡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손이 바로 닿는 확실함에 있다.
The Origin사라진 디펜더, 펍에서 시작된 고집
그레나디어의 이야기는 2016년 클래식 랜드로버 디펜더의 생산 종료와 맞닿아 있다. 디펜더를 아끼던 이네오스 회장 짐 래트클리프는 그 빈자리를 아쉬워했고, 런던 벨그라비아의 단골 펍 ‘The Grenadier’에서 동료들과 “그렇다면 직접 만들자”는 구상을 나눴다고 알려져 있다. 차 이름이 그레나디어가 된 이유도 여기에서 온다.
화학 회사가 자동차를 만든다는 건 무모하게 들린다. 그래서 이네오스는 모든 것을 혼자 만들기보다, 검증된 파트너를 엮는 방식을 택했다. 엔진은 BMW, 차량 개발과 엔지니어링은 마그나 슈타이어, 변속기는 ZF, 빔 액슬은 카라로(Carraro)가 맡았다. 생산은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인수한 프랑스 함바흐의 옛 스마트빌(Smartville) 공장에서 이뤄진다. 즉, 그레나디어는 낭만 하나로 만든 차라기보다 검증된 자동차 기술을 목적에 맞게 다시 조합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Mechanical Heart기계로 증명하는 차
그레나디어의 진짜 매력은 차체 아래에서 시작된다. 핵심은 풀박스 래더 프레임 섀시다. 요즘 SUV 대부분이 쓰는 모노코크가 아니라, 트럭처럼 단단한 골격 위에 차체를 얹는 방식이다. 무겁고 투박하지만, 험로에서 차체를 지탱하는 방식이 명확하다.
여기에 전·후륜 모두 솔리드 빔 액슬과 코일 스프링을 조합했다. 독립식 서스펜션보다 세련된 승차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험로 접지력과 내구성, 정비 접근성에서는 여전히 강점이 있다. 심장은 BMW 3.0L 직렬 6기통 터보 엔진. ZF 8단 자동변속기, 2단 트랜스퍼 케이스, 상시 사륜구동, 중앙 디퍼렌셜록과 전·후륜 디퍼렌셜록이 더해진다. 전자장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차의 기본 체력을 기계 구조로 먼저 세운다는 뜻이다.

Form Follows Function디자인은 목적을 따른다
둥근 헤드램프, 수직에 가까운 그릴, 각진 박스형 차체. 그레나디어의 외형은 멋을 부리기보다 기능을 드러내는 쪽에 가깝다. 짧은 오버행은 접근각과 이탈각을 확보하고, 평평한 지붕과 루프 레일은 짐을 직접 얹기 쉽게 한다. 운전석·동승석 위의 사파리 윈도우, 좁은 공간에서도 여닫기 쉬운 30/70 분할식 뒷문도 같은 맥락이다.

숫자로 보면 방향이 더 분명해진다. 공식 스테이션 왜건 기준 최저지상고 264mm, 도하 깊이 800mm, 접근각 35.5°·브레이크오버각 28.2°·이탈각 36.1°, 견인 능력 3.5톤. 도심형 SUV보다 정통 오프로더의 언어에 가까운 수치다.

The Analog Cockpit손맛으로 조작하는 콕핏
그레나디어가 가장 ‘아날로그’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운전석에 앉을 때다. 천장에는 비행기 조종석을 닮은 오버헤드 컨트롤 패널이 있고, 여기에서 전·후륜 디퍼렌셜록, 오프로드 모드, 웨이딩(도하) 모드, 보조 전원 스위치를 직접 다룬다. 스위치는 큼직하고 간격이 넓어 장갑을 낀 손으로도 조작하기 쉽다.

스티어링 휠 한가운데의 빨간 버튼도 그레나디어다운 디테일이다. 강한 경적 대신 보행자나 자전거에게 가볍게 알릴 때 쓰는 ‘Toot’ 버튼이다. 바닥은 물청소를 고려한 헤비듀티 유틸리티 플로어로 구성할 수 있고, 레카로 시트와 손잡이들은 ‘예쁜 SUV’보다 ‘작업 도구’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장갑을 낀 채로도 정확히 눌리는 스위치. 그레나디어가 말하는 ‘진짜 편의’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시대를 거부하는 차는 아니다. 12.3인치 터치스크린,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오프로드 내비게이션 Pathfinder도 갖췄다. 다만 핵심 조작은 물리 버튼으로, 정보와 연결 기능은 화면으로 맡기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 선택적 아날로그가 그레나디어의 영리한 지점이다.

Tested for Real극한에서 확인한 신뢰성
아날로그 감성을 표방한다고 해서 검증까지 옛 방식에 머문 것은 아니다. 그레나디어는 개발 과정에서 전 세계 다양한 환경의 장거리 테스트를 거쳤고, 공식·수입사 자료는 15개국, 프로토타입 130대, 약 180만 km 규모의 시험 주행을 강조한다. 사막, 산악, 빙판, 비포장길 같은 조건을 반복해서 통과시키며 차의 기본 체력을 확인한 셈이다.

사진으로 보면 성격은 더 선명하다. 사하라의 모래언덕, 오스트리아의 쇼클산, 스웨덴 북극권의 빙판, 미국 로키산맥의 비포장길까지. 이 차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보다 “돌아올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는 차다.




Who It’s For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그레나디어는 누구에게나 편한 SUV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출퇴근길의 조용함, 높은 연비, 부드러운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더 잘 맞는 선택지는 많다. 대신 길 끝에서 시작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루프에 장비를 싣고 비포장을 달려 캠프를 차리는 사람, 차를 하나의 도구로 다루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하게 다가온다.
토우바, 사이드 러너, 루프 적재 시스템, 보조 배터리 같은 액세서리로 용도에 맞게 꾸밀 수 있다는 점도 그레나디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완성된 라이프스타일 상품이라기보다, 사용자가 자기 방식으로 완성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Specification제원 요약 (가솔린)
| 전장 (스페어 타이어 포함) | 4,895 mm |
|---|---|
| 전폭 (외장 거울 제외) | 1,930 mm |
| 전고 | 2,035 mm |
| 휠베이스 | 2,922 mm |
| 최저지상고 | 264 mm |
| 도하 깊이 | 800 mm |
| 접근각 / 브레이크오버각 / 이탈각 | 35.5° / 28.2° / 36.1° |
| 엔진 | 3.0L 직렬 6기통 터보 |
| 변속기 / 트랜스퍼 케이스 | 자동 8단 / 2단 |
| 최고출력 / 최대토크 | 286 ps / 45.9 kg·m |
| 견인 능력 | 3,500 kg |
Conclusion아날로그라는 선택
그레나디어는 가장 빠른 차도, 가장 조용한 차도, 가장 효율적인 SUV도 아니다. 대신 “차는 도구일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모두가 화면을 키우고 곡선을 다듬는 동안, 굳이 버튼을 남기고 골격을 두껍게 만든 선택. 그 비효율처럼 보이는 고집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 그레나디어를 좋아하는 마음은 단순한 향수와 조금 다르다. 오래된 것을 흉내 내는 차가 아니라, 손으로 누르고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계의 감각을 오늘의 방식으로 되살린 차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처럼 변해가는 시대에, 그레나디어는 여전히 금속과 레버와 스위치로 말한다. 그 목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이 차를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국내 문의 — 샤보모터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국내 공식 수입사
웹사이트 · chabotmotors.com/ineos-grenadier
대표문의 · 1551-8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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