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Z4 M40i (G29) 로드스터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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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Z4 단종, 마지막 로드스터의 작별

Benjamin J 2026년 6월 17일 6분 읽기

2026년 봄,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마그나 슈타이어 공장에서 BMW Z4의 마지막 생산분이 라인을 빠져나갔다. 대단한 퍼레이드보다 조용한 퇴장이 더 어울리는 차였다. 지붕을 열 수 있는 2인승, 앞 엔진과 뒷바퀴굴림, 직렬 6기통과 수동 변속기까지 붙잡고 있던 BMW의 마지막 로드스터가 그렇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어스름한 공장 앞을 떠나는 검은색 오픈톱 로드스터 생성 일러스트
생성 일러스트. Z4의 마지막 생산분이 남긴 분위기를, 실제 사진이 아닌 작별 장면으로 그렸다.
BMW Z4 M40i G29 페이스리프트 측면
BMW Z4 M40i (G29, 페이스리프트). 사진 Alexander-93,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단종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그래도 막상 마지막 생산 소식을 읽으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SUV와 전기차가 브랜드의 중심을 차지한 시대에, Z4는 BMW가 끝까지 남겨둔 거의 마지막 ‘일부러 비효율적인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실용성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지붕을 열고 도로와 가까워지는 순간만큼은 어떤 숫자보다 선명한 차. 오늘은 Z4가 어떤 계보 위에 서 있었고, 왜 지금 작별을 고하는지 차분히 돌아보려 한다.

CHAPTER 01지붕을 접는다는 것

로드스터를 한 번도 몰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매력을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돈이면 더 빠른 차도 있고, 더 편한 차도 있다. 트렁크는 작고, 뒷좌석은 없고, 겨울에는 지붕을 열 수 있는 날보다 닫아야 하는 날이 많다. 그런데도 로드스터를 고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붕을 열면 운전이 갑자기 ‘이동’이 아니라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Z4의 전동 소프트톱은 시속 50km 이하에서 약 10초면 열리고 닫힌다. 신호 대기 중 버튼 하나를 누르면, 머리 위로 하늘이 들어온다. 같은 길도 지붕을 열면 다른 길이 된다. 바람 소리, 엔진음, 노면의 질감, 주변의 온도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차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그 감각을 한 번 알고 나면 쉽게 잊지 못한다.

로드스터는 효율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비효율이 곧 존재 이유다.

CHAPTER 02Z의 계보, Z1에서 Z4까지

BMW의 ‘Z’는 독일어 차쿤프트(Zukunft, 미래)에서 왔다. 시작은 1980년대 후반의 Z1이었다. 문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묘한 실험작이었고, 대량 판매보다는 BMW가 상상하던 미래의 스포츠카에 가까웠다. 대중이 Z 배지를 본격적으로 기억하게 된 건 1995년 Z3부터다. 영화 속 제임스 본드가 몰면서 단숨에 유명해졌고, 작고 경쾌한 로드스터로 사랑받았다. 1999년에는 Z8이 잠시 등장해 Z 라인의 가장 화려한 정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2003년, Z3의 자리를 이어받아 Z4가 데뷔했다. Z3보다 크고 단단해졌고, 디자인도 한층 대담해졌다. 이후 Z4는 세 세대를 거치며 BMW 로드스터의 대표 이름이 됐다.

세 시대의 2인승 로드스터 실루엣을 나란히 배치한 생성 일러스트
생성 일러스트. Z4의 세 세대가 남긴 비례와 분위기를 실제 모델 사진이 아닌 실루엣으로 정리했다.
E85 / E86
1세대 (2002-2008). 크리스 뱅글 시대의 과감한 면 처리와 긴 보닛이 인상적이었다. 소프트톱 로드스터(E85)와 고정식 지붕의 쿠페(E86)가 함께 나온 유일한 세대다.
E89
2세대 (2009-2016). 접이식 금속 하드톱을 얹었다. 닫으면 쿠페처럼 단정하고, 열면 로드스터가 되는 성격 덕분에 가장 우아하고 성숙한 Z4로 기억된다.
G29
3세대 (2018-2026). 다시 가벼운 소프트톱으로 돌아왔다. 무게를 줄이고 무게중심을 낮추며 운전 감각을 앞세웠다. 토요타 GR 수프라와 뼈대를 나눈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BMW Z4 E85 1세대 전면
1세대 BMW Z4 2.2i (E85). 길고 날렵한 보닛이 뱅글 시대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사진 M 93,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DE
BMW Z4 E89 2세대 전면
2세대 BMW Z4 (E89). 접이식 금속 하드톱으로 쿠페와 로드스터의 성격을 한 차에 담았다. 사진 M 93, Wikimedia Commons, Attribution

CHAPTER 03G29, 수프라와 형제가 되다

마지막 세대 G29는 태생부터 특이했다. 토요타 GR 수프라와 공동 개발된 구조를 바탕으로, 같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장에서 생산됐다. 로드스터든 스포츠 쿠페든, 이런 차는 개발비를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두 회사가 비용과 기술을 나눠 짊어진 덕분에 Z4도, 수프라도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2018년 8월, G29는 캘리포니아 페블 비치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전동 패브릭 소프트톱, 운전자 쪽으로 살짝 감긴 실내, 긴 보닛과 짧은 뒤끝이라는 클래식한 비례를 현대적으로 다듬은 차였다. 2세대가 닫힌 지붕의 단정함을 보여줬다면, 3세대는 다시 ‘열고 달리는 차’의 본질로 돌아왔다.

BMW Z4 G29 2018 파리 모터쇼
2018년 파리 모터쇼에 선 G29 Z4. 사진 Matti Blume,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형제의 운명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수프라도 5세대의 끝을 향해 갔지만, 토요타는 다음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반면 BMW는 Z4의 직접 후속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G29의 단종은 단순히 한 모델의 교체가 아니라, BMW가 오랫동안 이어온 2인승 로드스터 공식이 잠시 끊기는 사건에 가깝다.

CHAPTER 04M40i, 직렬 6기통과 수동의 마지막 인사

Z4 라인업의 정점은 M40i였다.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B58) 엔진을 얹고, 시장에 따라 약 340-382마력 수준의 힘을 뒷바퀴로 보냈다. 직렬 6기통 특유의 매끄럽고 깊은 회전 질감은 BMW가 오래도록 자랑해온 유산이다.

흥미로운 건 변속기다. 처음에는 일부 4기통 모델에만 수동이 있었지만, BMW는 2025년형 M40i에 ‘핸트샬터(Handschalter)’ 패키지를 더했다. 독일어로 손으로 변속한다는 뜻에 가까운 이름이다. 6단 수동에 맞춰 섀시와 차동기어, 안정성 제어를 다시 손본 구성이고, 자동보다 숫자상으로는 조금 느리지만 운전자가 직접 차와 호흡하는 감각을 되살렸다. 단종을 앞두고 가장 화제가 된 사양도 바로 이 수동이었다.

밤길을 달리는 오픈톱 로드스터 실내에서 수동 변속 레버를 잡은 손 생성 일러스트
생성 일러스트. Z4 M40i 수동 사양이 상징한 건 빠른 기록보다 손끝으로 차를 다루는 감각이었다.

작별을 위해 BMW는 파이널 에디션도 준비했다. 무광 계열의 검은 차체, 섀도라인 디테일, 문라이트 블랙 소프트톱, 빨간색 M 스포츠 브레이크 캘리퍼, 검정 가죽과 알칸타라에 더한 빨간 스티치가 핵심이다. 미국 기준 가격은 7만 8,675달러로 알려졌고, 자동과 수동을 모두 고를 수 있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마지막 Z4는 더 편한 차가 아니라, 더 기억에 남는 차가 되려 했다.

BMW Z4 M40i G29 주행
지붕을 연 G29 Z4 M40i. 뒷바퀴굴림 2인승, 오픈톱이라는 가장 순수한 조합. 사진 Chanokchon,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BMW Z4 (G29) 주요 제원
차종2도어 로드스터 (앞 엔진, 뒷바퀴굴림)
엔진2.0L 직렬 4기통 터보(B48) / 3.0L 직렬 6기통 터보(B58)
변속기8단 ZF 자동 / 6단 수동
0-96km/hsDrive30i 약 5.2초 · M40i 자동 약 3.9초 · M40i 수동 약 4.2초
크기 (전장 x 전폭 x 전고)4,324 x 1,864 x 1,304 mm
휠베이스2,470 mm
공차중량약 1,405-1,535 kg
지붕전동 패브릭 소프트톱(50km/h 이하 약 10초 개폐)
생산2018-2026, 오스트리아 그라츠 마그나 슈타이어

CHAPTER 05왜 지금 막을 내리나

이유는 낭만적이지 않다. 로드스터는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차체 구조와 안전 장비, 전동 지붕, 낮은 생산량을 감안하면 만들기는 어렵고, 수익성은 높지 않다. 여기에 배출가스 규제와 전동화 전환까지 겹친다. SUV와 크로스오버가 브랜드의 매출을 책임지는 시대에, 2인승 오픈카는 점점 더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지가 됐다.

더 큰 흐름은 BMW의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다. 브랜드의 자원과 상상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중심 아키텍처로 이동하고 있다. 언젠가 Z 배지를 단 전기 로드스터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필요는 없지만, 지금 당장 승인된 후속 Z4는 없다. 포르쉐 박스터, 아우디 TT, 토요타 수프라까지 비슷한 고민을 겪는 걸 보면, 이건 Z4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동화 시대에 작고 낮은 스포츠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지, 자동차 업계 전체가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

그래서 Z4의 작별은 차 한 대의 단종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직렬 6기통, 뒷바퀴굴림, 수동 변속기, 그리고 열리는 지붕. BMW가 오래도록 ‘운전하는 기쁨’이라 불러온 공식이 한꺼번에 멀어지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빠른 차는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열고, 손으로 기어를 고르고, 불편함까지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SOURCES참고한 자료

BMW Z4 (2003-2026)

지붕을 열 수 있는 BMW 2인승 로드스터. 이제는 도로 위에서, 그리고 기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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