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칼리타 웨이브 185 드리퍼 본체와 박스 — 물결 모양 단과 검은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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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타 웨이브 실사용기 — 파푸아 뉴기니 블루마운틴 한 잔

Benjamin J 2026년 6월 20일 4분 읽기

칼리타 웨이브는 평저 드리퍼의 기준점 같은 물건입니다. 평평한 바닥, 작은 세 구멍, 스무 개 주름 필터 — 구조야 익숙하지만, 막상 개봉기나 실사용 후기를 찾아보면 정돈된 기록은 의외로 드뭅니다. 그래서 스테인리스 185를 들여 파푸아 뉴기니 블루마운틴 한 봉을 내리며, 개봉부터 첫 잔까지를 정리했습니다.

레시피 자체는 새로울 게 없습니다. 코만단테 25클릭, 예열, 뜸, 일정한 물줄기 — 손에 익은 과정이죠. 다만 처음 웨이브를 들이거나 구매를 저울질하는 분께 도움이 되도록, 개봉·구조·분쇄·추출·맛을 단계마다 사진과 함께 짚어가겠습니다.

오늘의 셋업

드리퍼
칼리타 웨이브 185 (스테인리스)
필터
웨이브 필터 185 전용
그라인더
코만단테 C40 MK4 · 25클릭
원두
파푸아 뉴기니 블루마운틴

01개봉 — 분홍 타탄 박스

택배를 뜯자 분홍·자주빛 타탄 체크 박스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커피 장비라기보다 작은 선물 상자 같은 인상이에요. 가운데 크림색 띠에 손글씨체 Kalita 로고가 박혀 있고, 박스 자체가 단정해서 개봉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칼리타 분홍 타탄 체크 패턴 박스
분홍 타탄 체크에 손글씨 로고. 커피 장비치고 상자부터 곱다.

02본체 — 스테인리스 웨이브 185

상자에서 꺼낸 본체는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입니다. 옆면을 두른 물결 모양 단(段)이 '웨이브'라는 이름 그대로예요. 손에 쥐면 묵직하니 안정감이 있고, 검은 손잡이가 포인트를 잡아줍니다. 박스 옆면에는 '웨이브 드리퍼 185 S'라고 적혀 있는데, 185는 대략 2~4잔 용량을 뜻합니다.

스테인리스 칼리타 웨이브 185 드리퍼 본체와 박스
스테인리스 웨이브 185. 물결 모양 단과 검은 손잡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플라스틱이나 도자기 버전도 있지만, 스테인리스는 열을 머금는 성질이 다릅니다. 예열해 두면 추출 내내 온도가 덜 떨어져서, 잔 사이 편차를 줄이는 데 유리해요.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으니 험하게 쓰기에도 마음이 편하고요.

03세 구멍 — 물을 잠깐 가두는 바닥

위에서 들여다보면 웨이브의 핵심이 보입니다. 원뿔형 드리퍼와 달리 바닥이 평평하고, 그 한가운데 작은 구멍 세 개가 삼각으로 뚫려 있어요. 가운데 솟은 별 모양 돌기가 필터를 살짝 띄워서, 물이 한 점으로 쏟아지지 않게 잡아줍니다.

칼리타 웨이브 안쪽 평평한 바닥과 세 개의 구멍
평평한 바닥과 작은 세 구멍. 물이 잠깐 고였다가 천천히 빠진다.

이 구조 덕분에 물이 곧장 빠지지 않고 바닥에 잠깐 고입니다. 커피 가루가 물에 잠긴 시간이 생기니, 흘려 내리는 원뿔형보다 추출이 한결 균일해져요. 물줄기가 조금 흔들려도 결과가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 관대함 덕에 웨이브는 입문자에게 권하기 좋으면서도, 매일 같은 잔을 뽑아야 하는 사람에게도 손이 가는 드리퍼입니다.

04분쇄 — 코만단테 25클릭

원두는 코만단테 C40 MK4로 갈았습니다. 바닥을 보면 'Made in Germany · Nitro Blade'라고 새겨진 니트로 크롬강 버가 보여요. 다이얼을 돌려 입자 굵기를 맞추는데, 이번엔 25클릭으로 잡았습니다. 핸드드립 중에서도 중간 정도, 설탕보다 조금 굵은 결이에요.

코만단테 C40 MK4 그라인더 니트로 블레이드 버
코만단테 C40 MK4. 다이얼을 돌려 클릭 수로 분쇄도를 맞춘다.

웨이브는 바닥이 넓어 물길이 고르게 퍼지는 만큼, 분쇄도가 너무 가늘면 자칫 텁텁해질 수 있습니다. 25클릭은 물이 적당히 머물면서도 막히지 않는 지점이라, 단맛을 끌어내기 좋은 굵기였어요. 그라인더·드립포트·저울을 갖춘 셋업이면 누구든 같은 조건을 재현하기 쉽습니다.

05추출 — 주름 필터에 물을 붓다

웨이브 필터를 자리에 앉히면 스무 개의 주름이 벽을 따라 곧게 섭니다. 이 주름이 곧 리브 역할을 해서, 필터와 드리퍼 벽 사이에 공기 길을 내줘요. 그 위에 25클릭으로 간 원두를 담고 평평하게 골라줍니다.

칼리타 웨이브 필터에 담긴 코만단테 25클릭 분쇄 원두
웨이브 필터에 담은 파푸아 뉴기니 블루마운틴. 25클릭 결이 고르게 깔렸다.

먼저 소량의 물로 뜸을 들이면 가루가 봉긋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가스가 빠지길 기다렸다가 가운데부터 천천히 물을 돌려 부었어요. 평평한 바닥 위로 물이 얇게 퍼지면서, 가루 전체가 고르게 젖는 모습이 보입니다. 원뿔형처럼 물줄기 흔들림에 예민하지 않아, 손이 한결 편안했어요.

06맛 — 농후한 단맛

다 내린 잔에서는 적당한 진함 속에 향이 살짝살짝 피어올랐습니다. 날카로운 산미보다 농후한 단맛이 먼저 다가오는 결이었어요. 파푸아 뉴기니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혈통(티피카)을 이어받은 원두라, 모난 데 없이 부드럽고 균형 잡힌 단맛이 잘 어울립니다.

신맛으로 날을 세우기보다, 묵직하게 고이는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잔.

웨이브의 평평한 바닥과 짧은 체류가 이 결을 거든 듯합니다. 물이 가루 사이에 잠깐 머무는 동안 단 성분이 충분히 녹아 나오니, 산미가 튀기보다 둥글게 가라앉아요. 식어갈수록 단맛이 더 또렷해져서, 천천히 비우기 좋은 한 잔이었습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검은 커피 한 잔
핸드드립 한 잔. 산미보다 단맛이 앞서는 결이 웨이브와 잘 맞았다. · 사진: Melsj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정리하면, 칼리타 웨이브는 손이 서툴러도 비슷한 잔을 꾸준히 내려주는 드리퍼였습니다. 평평한 바닥과 세 구멍이 물을 잠깐 붙잡아 주는 덕에, 25클릭 분쇄와 블루마운틴이 만나 농후한 단맛으로 떨어졌어요. 오늘 저녁에도 이 스테인리스 한 대로 천천히 한 잔 더 내려볼 생각입니다.

따라 내려보기

칼리타 웨이브 185로 내리는 커피 (2~3인분)

1:16 비율(원두 30g : 물 480g), 25클릭 분쇄, 뜸 45초 뒤 네 번에 나눠 푸어 — 오늘 내린 잔의 레시피를 단계와 타이머까지 정리해 꼼꼼한에 올려 뒀습니다. 그대로 따라 내려보세요.

웨이브 185 레시피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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